아름다운 그래프

_ 생각 2010/09/22 01:33
2005년 2월. 오랜 공익근무 생활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복학을 하면서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듣고 싶은 수업은 여러개가 있었지만 수강신청에 가장 신경을 썼던 수업은 김용관 교수님의 미시경제학. 여러 선배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던 그 수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성공을 했고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수업을 들어서 A+ 득템. (쪼금 자랑..이 수업은 미시경제학을 수강하는 2학년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얻기 어려운 과목으로 알려져서..)

지금 이 시절을 회상해보곤 한 것은..가족들 다 자는 조용한 이 시간..예전 학교 게시판을 둘러 보면서 내가 예전에 올렸던 김용관 교수님의 코멘트를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귀군들은 분명 이학문이 실제적인 입신을 위한 목적과 동떨어져 있다는 현실에 대해 몇번의 회의를 거쳤을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강의실 밖의 그토록 많은 학생들이 고시며, 취업등에 매진하고 있는 이 우울한 현상을 지금 이 한개의 '아름다운' 그래프 로 귀결시킬수 있지 않는가.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오류와 이해의 충돌을 이러한 간단한 논리로 명쾌하게 분석 해낼수 있는것. 이것이 바로 우리만의 카타르시스이며 여러분만이 느껴야할 자부심이다.

음..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교수님의 스타일은 "아름다운 그래프"보다는 "한 줄의 수식"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저 한 마디로 미시경제학이 가르치려는 바를 명쾌하고 로맨틱하게 표현한 글이 아닌지.

정말 어찌보면 깐깐하시고 써서는 안될 말로 약간은 꼰대 같으신 분일지 모르겠다. 깔끔한 정장과 단정한 의상과는 거리가 멀고..수업에 집중하시다 바지에서 와이셔츠가 빠져 나오는 것도 모르시고 열강을 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에는 '아 진짜 "교수님"의 모습이란 저런건가..'하며 홀로 그 분을 찬양했었다. 이 분의 수업을 진짜 열심히 들었던 그리고 들을 의지가 있었던 모든 이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확신을 주셨던 분.

말씀대로 지금의 나는 내가 공부한 것이 나의 입신과는 그닥 상관이 없는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대학시절 뭐 하나에 빠져서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만으로 그리고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너무 감사드린다..

정말 열심히 했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해주신 김용관 교수님께 보실 가능성은 없으나 이렇게 멀리서 그리고 안 보이는 곳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항상 건강하시길 멀리서나마 기도드립니다. (조만간 이메일 말고 정성어린 손글씨로 편지나 하나 써볼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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